5월의 따스한 햇살 아래, 어느 거리든 고개를 들어 보면 눈부신 초록 잎과 함께 하얗고 분홍빛 꽃이 수줍게 피어 있는 나무를 마주치곤 합니다. 그 나무의 이름은 바로 마로니에, 정확히는 서양칠엽수라고 불립니다.
처음엔 이름이 참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서울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에서 그 이름을 다시 마주했을 때, 이 나무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죠. 도심 한복판에서 우아하게 서 있는 그 자태, 그리고 다정히 피어 있는 꽃들. 그 모습은 단순한 나무 그 이상이었습니다.
마로니에는 유럽 발칸반도가 고향이지만, 지금은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나무입니다. 크고 넓은 손바닥 모양의 잎들이 풍성하게 드리워져 그늘을 만들고, 5월이면 우아한 원추형 꽃들이 피어나 지나가는 이들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죠. 특히 햇살이 꽃잎에 닿을 때면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그 꽃말은 “천재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기품 있는 우아함”. 어쩐지 이 나무를 설명하는 말로 이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이 있을까요?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지키는 그늘,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우아한 선율처럼 퍼지는 잎소리. 그 모두가 마로니에가 가진 특별한 언어인 듯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마로니에 열매는 밤처럼 생겼지만 먹을 수 없고 독성이 있다는 점이에요. 아름다움 뒤엔 늘 조심스러움도 함께하죠.
자연이 주는 기품과 평온, 그리고 한 그루 나무가 전하는 위로. 오늘 같은 날, 마로니에 나무 아래서 잠시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도심 속에서도 우리는 이렇게 천재적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